쌀쌀하지만, 하늘은 푸른 가을 기운으로 가득한 양천구의 어느 날, 신월동에 있는 테이블220이라는 복합문화공간을 방문했다. 하얀 도화지처럼 깔끔한 내부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에 띄는 이곳에 들어서자 햇살 같은 미소로 우리를 유쾌하게 맞이해준 한 사람. 바로 이 공간의 운영자이자 생활예술공동체이자 매거진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이은경 편집장이다.
“안녕하세요. 슈퍼 맘 이은경입니다.”
“슈퍼 맘 이은경이라고 소개를 자주 해요. 아이가 셋이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니 육아에서 벗어난 힘을 동네에 쓰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자꾸 일을 벌이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어요. 하하.”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신월동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진행한 커뮤니티 모임에서 시작했다. 텃밭을 매개로 생활예술을 접목한 프로그램 참여자 모임이 하나의 지역 공동체가 되고 마을 이야기가 담긴 매거진을 출판하는 마을 미디어로 활동한 지 4년이 되어간다. 이제는 협동조합으로서 양천구의 대표적인 문화예술단체 중 하나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모임 이름을 지으려고 아이디어를 모으는 과정에서 누군가 우리 모임이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와 비슷하다고 얘기했어요. 함께 밥을 만들어 먹고 하고 싶은 일을 도모하고 우정을 다지는 우리의 모습이 영화를 많이 닮았다고 해요. 그래서 이름을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로 짓게 되었어요.”
간행물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에서 나의 이야기를 쓰다 보니 주변을 돌아보게 되고 결국 마을의 이야기를 담게 되었다. 도시에서 텃밭을 가꾸면서 나온 작물을 플리마켓을 열어 판매하고 수익금을 어려운 이웃에 나누었다. 흙을 만지다 보니 살아 있는 것에 애정을 가지고 돼 환경에 조금이라도 덜 해로운 생활 방식을 공부하고 실천한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열정의 동력이 궁금했다.
“당신과 함께이기에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사람이 있어서 가능한 것 같아요. 책을 내고 싶은 사람, 활동가로서 지역에서 활동하고 싶은 사람, 미술을 전공한 사람, 장사를 많이 해서 말을 잘하는 사람 등등 저희 멤버들은 가진 재능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들이 있기에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멤버 중 누군가 제게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은경 선생님과 함께라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 얘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았어요.”
사실 이은경 편집장은 18여 년을 가방 디자인과 브랜드 런칭을 준비했던 기획자로 살았다. 이제는 그 힘을 지역문화 기획에 쏟고 있다.
“저는 오히려 더 재미있어요. 제품 판매를 위한 마케팅 분석을 위해 사람의 패턴이나 트렌드를 연구하는 일을 동네에 적용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요. 실제로 사람들이 ‘우리 동네에서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하며 놀라더라고요. 이런 일을 하면 보람차고 재미있어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운영자”
코로나 19로 텃밭을 가꾸기는 어렵지만, 올해부터는 복합문화공간을 가꾸게 되었다. 테이블 220은 카페이자, 강의나 문화예술 사업을 하는 공간이자, 동네의 사랑방이다. 최근에는 강사로 활동하였으나 출산, 육아 등으로 활동을 중단한 여성을 대상으로 다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강의를 열어주기도 하고 인디밴드의 공연과 함께 작은 파티를 진행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이 공간의 역할입니다. 사람들이 편하게 방문해서 이 안에서 ‘꽁냥꽁냥’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갑니다, 또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의 발판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으로 큰 영광을 느낍니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홍보를 자주 하진 못했지만 앞으로 이 공간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길 바라고. 내년에도 많은 분을 위해 더 많은 자리를 내어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참여자도, 기획자도 모두 즐거운 축제를 만들고 싶어요”
몸이 2개라도 모자라게 일하고 있지만 좋아서 하고 있다는 이은경 편집장,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물었다.
“앞으로 저는 공간 운영과 현재 하는 사업들을 계속해나갈 예정입니다. 거대한 뜻을 품고 활동하는 것은 아니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삶에서 인식하고 찾아서 활동하고 있고 그것이 즐거워요. 이 과정이 결국 문화로 이어지는 것으로 생각해요. 궁극적으로 문화 기획자, 축제 기획자로 성장하고 싶어요. 기획자, 참여자 모두가 즐기는 축제를 만들고 싶어요. 동네에서도 이렇게 즐겁게 놀 수 있음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양천문화재단과도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면 더 좋고요.”
일상에서 문화를 만들고 실천하며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 그리고 그것을 많은 주민과 나누고 싶어 하는 문화 전도사, 이은경 편집장과 만남은 짧지만 강렬했다. 지역에서 문화예술로 숨 쉬며 성장하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이들의 활동을 응원한다.